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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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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rikorea 2024. 6. 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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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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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 ‘900Wh/L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및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다. 삼성SDI 제공

‘꿈’만큼 가슴 벅차고 설레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 간에 지금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CATL, 비야디(이상 중국), 파나소닉(일본) 등 글로벌 업체들까지 가세해 국경을 초월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꿈이라는 신성한 단어를 넣은 애칭까지 부여해가며 주도권을 쥐려고 저마다 혈안이 돼 있는 걸까요? 전고체 배터리의 A부터 Z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모든 것쯤 되겠네요.

■전고체 배터리란 무엇인가

먼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배터리는 양극재(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음극재(흑연, 실리콘), 전해질, 분리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자(전기를 운반하는 입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그 힘으로 굴러가는 거고요. 따라서 전자의 이동을 촉진하는 전해질이 필요합니다. 양극과 음극은 합선을 피해야 하므로 분리막을 세워 둘을 구분합니다.

 

리니지M 사전예약 중

 

지금 전기차에 주로 장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모두 액체로 돼 있습니다. 다 좋은데 온도가 상승하거나 충격이 가해지면 쉽게 모양이 변형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분리막을 뚫고 가연성 액체 전해질이 새어 나올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이는 양극과 음극의 충돌로 이어지고, 화재의 위험성을 키웁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화재 발생의 위험성’을 떠올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개선해야 하는 취약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 업체들 사이에선 열 전이 방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고, 특정 셀의 온도가 올라갈 경우 인접 셀로의 열 전달을 방지하기 위한 방염 패드, 열을 방출하기 위한 갭 필러 등 다양한 소재들을 배터리 팩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이 대목에서 ‘전고체 배터리’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합니다. 간단히 말해,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불연성 고체 전해질로 바꾼 배터리를 일컫는데요. 전해질을 액체 상태에서 고체로 바꾸니 웬만한 충격에도 잘 버팁니다. 쉽게 변형되지 않고 누액 발생 확률도 낮으니까 화재 위험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단단한 고체 전해질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떡 하고 버텨주니 분리막이라는 존재가 따로 필요 없지요.

분리막이 사라진 공간만큼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음극 활물질(리튬 메탈, 고성능 실리콘 등)로 배터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효율이 높아지니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자연스레 늘어나겠지요. 시중에 나와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한번 완충하면 400~500㎞ 정도를 달리는데요. 지금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하면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800~1000㎞ 정도로 늘어납니다. 거의 2배나 되는 주행거리, 가히 ‘꿈의 배터리’라고 부를 만하지요. 충전속도도 빨라집니다. ‘빨리빨리’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이것만큼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가 또 있겠습니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비교해 같은 크기라면 이상과 같은 장점이 있겠고요.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향상된 에너지 밀도로 인해 지금보다 충전 속도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므로 굳이 배터리 크기 확대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발달과 함께 앞으로 배터리 크기는 점점 작아지겠구나,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경량화는 차체 중량 감소로 이어지겠지요. 그러면 공기 저항이 줄어 속도 향상에 도움을 줄 거고, 이로 인해 전비는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단점도 있다

꿈이라고 해서 늘 설레기만 한 건 아니지요. 황당한 개꿈도 있고,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악몽도 있으니까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한테도 단점은 있습니다. 충전 시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딥니다. 부드러운 액체 전해질보다 딱딱한 고체 전해질의 저항이 클 테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지요. 이는 출력 저하와 직결됩니다. 저항을 뚫고 충전과 방전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배터리 수명도 단축되겠지요. 이런 점까지 극복한 고체 전해질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액체 전해질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내구성 테스트를 위한 엄청난 압력과 온도가 필요하므로 양산 설비 구축 과정에서 턱없이 비싼 가격이 소요된다는 점 또한 배터리업계가 넘어야 할 장애물입니다.

■뚜벅뚜벅 나아간다

제약 요인이 있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앉을 인류가 아니지요. 역사가 그랬습니다. 난관을 뚫고 한 걸음씩 전진해 지금에 이르렀으니까요. 고체 전해질을 만드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업체들마다 고분자계 유기 고체 전해질인 폴리머(중합체)와 산화물계·황화물계를 비롯한 무기 고체 전해질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연구 개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중에서 황화물을 이용한 방식이 리튬이온 전도도(이동 속도)와 셀 성능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황화물계 전해질이 앞서 언급한 출력 저하와 같은 전고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로 꼽히는 배경입니다. 생산 및 준비 과정이 복잡해 여전히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중·일 삼국지가 시작됐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을 국내 배터리 3사는 조금씩 다르게 잡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입니다. 삼성SDI는 이미 시제품을 만들어 한정된 물량이긴 하지만 완성차 업계에 공급해 성능과 안전성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물적 분할 이후 계속해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을 맞아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형편이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초격차 기술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미국의 벤처기업인 솔리드파워와 협력해서 개발한 황화물계 고체 배터리를 전시한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글로벌 특허를 보유한 데다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늦은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띄죠. 그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서 제대로 된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실로 만만치 않고 실제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중·일 삼국지를 펼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도 좀 심하게 표현하면 자고 나면 일정표가 바뀝니다. 어느 순간 양산 목표 시점이 미뤄져 있는 등 들쭉날쭉합니다.

업체는 그렇다 치고, 이를 지원사격하는 정부의 개입 정도와 수위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전 시작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일본 업체들도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근래 들어 맹추격 양상입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보도를 보면, 중국 정부는 차세대 전기차의 핵심 분야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을 독려하기 위해 업계 최대 규모인 약 60억위안(약 1조12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과 웰리온 등 배터리업체와 비야디(BYD), 디이자동차(FAW),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의 최소 7개 프로젝트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데요. 중국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올해 2분기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황을 발표하면서 잇따라 양산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배경에 이런 정부의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2027∼2028년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 출시 목표 시점으로 잡고 R&D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4월29일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의 항속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되는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특허 출원에서 파나소닉,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닛산은 내년 3월 전고체 배터리 생산 라인을 시험 가동하고, 2028년에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입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일본 기업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총 54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중국 정부 지원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가뜩이나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의 R&D 비용이 국내 배터리 3사의 R&D 비용을 합한 금액보다 많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까지 가세하면 R&D 비용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볼멘소리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나라 재정이라는 게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분명 한계가 있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모든 움직이는 대상이 배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대의 도래가 정해진 순서라면 지금부터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고 민관이 손을 맞잡고 성큼성큼 걸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 참가한 삼성SDI의 전시회 부스 조감도.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SDI 제공

‘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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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

지난 3월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 ‘900Wh/L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및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다. 삼성SDI 제공

‘꿈’만큼 가슴 벅차고 설레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 간에 지금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CATL, 비야디(이상 중국), 파나소닉(일본) 등 글로벌 업체들까지 가세해 국경을 초월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꿈이라는 신성한 단어를 넣은 애칭까지 부여해가며 주도권을 쥐려고 저마다 혈안이 돼 있는 걸까요? 전고체 배터리의 A부터 Z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모든 것쯤 되겠네요.

■전고체 배터리란 무엇인가

먼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배터리는 양극재(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음극재(흑연, 실리콘), 전해질, 분리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자(전기를 운반하는 입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그 힘으로 굴러가는 거고요. 따라서 전자의 이동을 촉진하는 전해질이 필요합니다. 양극과 음극은 합선을 피해야 하므로 분리막을 세워 둘을 구분합니다.

 

리니지M 사전예약 중

 

지금 전기차에 주로 장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모두 액체로 돼 있습니다. 다 좋은데 온도가 상승하거나 충격이 가해지면 쉽게 모양이 변형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분리막을 뚫고 가연성 액체 전해질이 새어 나올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이는 양극과 음극의 충돌로 이어지고, 화재의 위험성을 키웁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화재 발생의 위험성’을 떠올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개선해야 하는 취약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 업체들 사이에선 열 전이 방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고, 특정 셀의 온도가 올라갈 경우 인접 셀로의 열 전달을 방지하기 위한 방염 패드, 열을 방출하기 위한 갭 필러 등 다양한 소재들을 배터리 팩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이 대목에서 ‘전고체 배터리’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합니다. 간단히 말해,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불연성 고체 전해질로 바꾼 배터리를 일컫는데요. 전해질을 액체 상태에서 고체로 바꾸니 웬만한 충격에도 잘 버팁니다. 쉽게 변형되지 않고 누액 발생 확률도 낮으니까 화재 위험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단단한 고체 전해질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떡 하고 버텨주니 분리막이라는 존재가 따로 필요 없지요.

분리막이 사라진 공간만큼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음극 활물질(리튬 메탈, 고성능 실리콘 등)로 배터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효율이 높아지니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자연스레 늘어나겠지요. 시중에 나와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한번 완충하면 400~500㎞ 정도를 달리는데요. 지금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하면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800~1000㎞ 정도로 늘어납니다. 거의 2배나 되는 주행거리, 가히 ‘꿈의 배터리’라고 부를 만하지요. 충전속도도 빨라집니다. ‘빨리빨리’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이것만큼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가 또 있겠습니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비교해 같은 크기라면 이상과 같은 장점이 있겠고요.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향상된 에너지 밀도로 인해 지금보다 충전 속도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므로 굳이 배터리 크기 확대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발달과 함께 앞으로 배터리 크기는 점점 작아지겠구나,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경량화는 차체 중량 감소로 이어지겠지요. 그러면 공기 저항이 줄어 속도 향상에 도움을 줄 거고, 이로 인해 전비는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단점도 있다

꿈이라고 해서 늘 설레기만 한 건 아니지요. 황당한 개꿈도 있고,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악몽도 있으니까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한테도 단점은 있습니다. 충전 시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딥니다. 부드러운 액체 전해질보다 딱딱한 고체 전해질의 저항이 클 테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지요. 이는 출력 저하와 직결됩니다. 저항을 뚫고 충전과 방전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배터리 수명도 단축되겠지요. 이런 점까지 극복한 고체 전해질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액체 전해질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내구성 테스트를 위한 엄청난 압력과 온도가 필요하므로 양산 설비 구축 과정에서 턱없이 비싼 가격이 소요된다는 점 또한 배터리업계가 넘어야 할 장애물입니다.

■뚜벅뚜벅 나아간다

제약 요인이 있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앉을 인류가 아니지요. 역사가 그랬습니다. 난관을 뚫고 한 걸음씩 전진해 지금에 이르렀으니까요. 고체 전해질을 만드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업체들마다 고분자계 유기 고체 전해질인 폴리머(중합체)와 산화물계·황화물계를 비롯한 무기 고체 전해질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연구 개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중에서 황화물을 이용한 방식이 리튬이온 전도도(이동 속도)와 셀 성능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황화물계 전해질이 앞서 언급한 출력 저하와 같은 전고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로 꼽히는 배경입니다. 생산 및 준비 과정이 복잡해 여전히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중·일 삼국지가 시작됐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을 국내 배터리 3사는 조금씩 다르게 잡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입니다. 삼성SDI는 이미 시제품을 만들어 한정된 물량이긴 하지만 완성차 업계에 공급해 성능과 안전성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물적 분할 이후 계속해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을 맞아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형편이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초격차 기술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미국의 벤처기업인 솔리드파워와 협력해서 개발한 황화물계 고체 배터리를 전시한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글로벌 특허를 보유한 데다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늦은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띄죠. 그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서 제대로 된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실로 만만치 않고 실제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중·일 삼국지를 펼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도 좀 심하게 표현하면 자고 나면 일정표가 바뀝니다. 어느 순간 양산 목표 시점이 미뤄져 있는 등 들쭉날쭉합니다.

업체는 그렇다 치고, 이를 지원사격하는 정부의 개입 정도와 수위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전 시작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일본 업체들도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근래 들어 맹추격 양상입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보도를 보면, 중국 정부는 차세대 전기차의 핵심 분야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을 독려하기 위해 업계 최대 규모인 약 60억위안(약 1조12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과 웰리온 등 배터리업체와 비야디(BYD), 디이자동차(FAW),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의 최소 7개 프로젝트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데요. 중국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올해 2분기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황을 발표하면서 잇따라 양산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배경에 이런 정부의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2027∼2028년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 출시 목표 시점으로 잡고 R&D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4월29일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의 항속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되는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특허 출원에서 파나소닉,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닛산은 내년 3월 전고체 배터리 생산 라인을 시험 가동하고, 2028년에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입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일본 기업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총 54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중국 정부 지원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가뜩이나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의 R&D 비용이 국내 배터리 3사의 R&D 비용을 합한 금액보다 많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까지 가세하면 R&D 비용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볼멘소리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나라 재정이라는 게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분명 한계가 있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모든 움직이는 대상이 배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대의 도래가 정해진 순서라면 지금부터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고 민관이 손을 맞잡고 성큼성큼 걸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 참가한 삼성SDI의 전시회 부스 조감도.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SDI 제공

‘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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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

지난 3월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 ‘900Wh/L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및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다. 삼성SDI 제공

‘꿈’만큼 가슴 벅차고 설레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 간에 지금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CATL, 비야디(이상 중국), 파나소닉(일본) 등 글로벌 업체들까지 가세해 국경을 초월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꿈이라는 신성한 단어를 넣은 애칭까지 부여해가며 주도권을 쥐려고 저마다 혈안이 돼 있는 걸까요? 전고체 배터리의 A부터 Z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모든 것쯤 되겠네요.

■전고체 배터리란 무엇인가

먼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배터리는 양극재(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음극재(흑연, 실리콘), 전해질, 분리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자(전기를 운반하는 입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그 힘으로 굴러가는 거고요. 따라서 전자의 이동을 촉진하는 전해질이 필요합니다. 양극과 음극은 합선을 피해야 하므로 분리막을 세워 둘을 구분합니다.

 

리니지M 사전예약 중

 

지금 전기차에 주로 장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모두 액체로 돼 있습니다. 다 좋은데 온도가 상승하거나 충격이 가해지면 쉽게 모양이 변형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분리막을 뚫고 가연성 액체 전해질이 새어 나올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이는 양극과 음극의 충돌로 이어지고, 화재의 위험성을 키웁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화재 발생의 위험성’을 떠올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개선해야 하는 취약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 업체들 사이에선 열 전이 방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고, 특정 셀의 온도가 올라갈 경우 인접 셀로의 열 전달을 방지하기 위한 방염 패드, 열을 방출하기 위한 갭 필러 등 다양한 소재들을 배터리 팩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이 대목에서 ‘전고체 배터리’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합니다. 간단히 말해,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불연성 고체 전해질로 바꾼 배터리를 일컫는데요. 전해질을 액체 상태에서 고체로 바꾸니 웬만한 충격에도 잘 버팁니다. 쉽게 변형되지 않고 누액 발생 확률도 낮으니까 화재 위험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단단한 고체 전해질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떡 하고 버텨주니 분리막이라는 존재가 따로 필요 없지요.

분리막이 사라진 공간만큼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음극 활물질(리튬 메탈, 고성능 실리콘 등)로 배터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효율이 높아지니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자연스레 늘어나겠지요. 시중에 나와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한번 완충하면 400~500㎞ 정도를 달리는데요. 지금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하면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800~1000㎞ 정도로 늘어납니다. 거의 2배나 되는 주행거리, 가히 ‘꿈의 배터리’라고 부를 만하지요. 충전속도도 빨라집니다. ‘빨리빨리’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이것만큼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가 또 있겠습니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비교해 같은 크기라면 이상과 같은 장점이 있겠고요.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향상된 에너지 밀도로 인해 지금보다 충전 속도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므로 굳이 배터리 크기 확대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발달과 함께 앞으로 배터리 크기는 점점 작아지겠구나,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경량화는 차체 중량 감소로 이어지겠지요. 그러면 공기 저항이 줄어 속도 향상에 도움을 줄 거고, 이로 인해 전비는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단점도 있다

꿈이라고 해서 늘 설레기만 한 건 아니지요. 황당한 개꿈도 있고,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악몽도 있으니까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한테도 단점은 있습니다. 충전 시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딥니다. 부드러운 액체 전해질보다 딱딱한 고체 전해질의 저항이 클 테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지요. 이는 출력 저하와 직결됩니다. 저항을 뚫고 충전과 방전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배터리 수명도 단축되겠지요. 이런 점까지 극복한 고체 전해질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액체 전해질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내구성 테스트를 위한 엄청난 압력과 온도가 필요하므로 양산 설비 구축 과정에서 턱없이 비싼 가격이 소요된다는 점 또한 배터리업계가 넘어야 할 장애물입니다.

■뚜벅뚜벅 나아간다

제약 요인이 있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앉을 인류가 아니지요. 역사가 그랬습니다. 난관을 뚫고 한 걸음씩 전진해 지금에 이르렀으니까요. 고체 전해질을 만드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업체들마다 고분자계 유기 고체 전해질인 폴리머(중합체)와 산화물계·황화물계를 비롯한 무기 고체 전해질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연구 개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중에서 황화물을 이용한 방식이 리튬이온 전도도(이동 속도)와 셀 성능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황화물계 전해질이 앞서 언급한 출력 저하와 같은 전고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로 꼽히는 배경입니다. 생산 및 준비 과정이 복잡해 여전히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중·일 삼국지가 시작됐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을 국내 배터리 3사는 조금씩 다르게 잡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입니다. 삼성SDI는 이미 시제품을 만들어 한정된 물량이긴 하지만 완성차 업계에 공급해 성능과 안전성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물적 분할 이후 계속해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을 맞아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형편이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초격차 기술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미국의 벤처기업인 솔리드파워와 협력해서 개발한 황화물계 고체 배터리를 전시한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글로벌 특허를 보유한 데다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늦은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띄죠. 그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서 제대로 된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실로 만만치 않고 실제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중·일 삼국지를 펼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도 좀 심하게 표현하면 자고 나면 일정표가 바뀝니다. 어느 순간 양산 목표 시점이 미뤄져 있는 등 들쭉날쭉합니다.

업체는 그렇다 치고, 이를 지원사격하는 정부의 개입 정도와 수위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전 시작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일본 업체들도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근래 들어 맹추격 양상입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보도를 보면, 중국 정부는 차세대 전기차의 핵심 분야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을 독려하기 위해 업계 최대 규모인 약 60억위안(약 1조12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과 웰리온 등 배터리업체와 비야디(BYD), 디이자동차(FAW),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의 최소 7개 프로젝트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데요. 중국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올해 2분기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황을 발표하면서 잇따라 양산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배경에 이런 정부의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2027∼2028년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 출시 목표 시점으로 잡고 R&D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4월29일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의 항속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되는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특허 출원에서 파나소닉,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닛산은 내년 3월 전고체 배터리 생산 라인을 시험 가동하고, 2028년에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입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일본 기업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총 54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중국 정부 지원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가뜩이나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의 R&D 비용이 국내 배터리 3사의 R&D 비용을 합한 금액보다 많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까지 가세하면 R&D 비용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볼멘소리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나라 재정이라는 게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분명 한계가 있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모든 움직이는 대상이 배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대의 도래가 정해진 순서라면 지금부터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고 민관이 손을 맞잡고 성큼성큼 걸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 참가한 삼성SDI의 전시회 부스 조감도.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SDI 제공

‘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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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지

‘꿈의 배터리’ 둘러싼 한·중·일 삼국지…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뭐길래?

지난 3월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삼성SDI가 업계 최고 에너지 밀도 ‘900Wh/L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및 양산 준비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다. 삼성SDI 제공

‘꿈’만큼 가슴 벅차고 설레게 하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 간에 지금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CATL, 비야디(이상 중국), 파나소닉(일본) 등 글로벌 업체들까지 가세해 국경을 초월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꿈이라는 신성한 단어를 넣은 애칭까지 부여해가며 주도권을 쥐려고 저마다 혈안이 돼 있는 걸까요? 전고체 배터리의 A부터 Z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모든 것쯤 되겠네요.

■전고체 배터리란 무엇인가

먼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배터리는 양극재(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음극재(흑연, 실리콘), 전해질, 분리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전자(전기를 운반하는 입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그 힘으로 굴러가는 거고요. 따라서 전자의 이동을 촉진하는 전해질이 필요합니다. 양극과 음극은 합선을 피해야 하므로 분리막을 세워 둘을 구분합니다.

 

리니지M 사전예약 중

 

지금 전기차에 주로 장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해질은 모두 액체로 돼 있습니다. 다 좋은데 온도가 상승하거나 충격이 가해지면 쉽게 모양이 변형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분리막을 뚫고 가연성 액체 전해질이 새어 나올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이는 양극과 음극의 충돌로 이어지고, 화재의 위험성을 키웁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주된 요인 중 하나로 ‘화재 발생의 위험성’을 떠올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개선해야 하는 취약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배터리 업체들 사이에선 열 전이 방지가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고, 특정 셀의 온도가 올라갈 경우 인접 셀로의 열 전달을 방지하기 위한 방염 패드, 열을 방출하기 위한 갭 필러 등 다양한 소재들을 배터리 팩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비용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이 대목에서 ‘전고체 배터리’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합니다. 간단히 말해,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불연성 고체 전해질로 바꾼 배터리를 일컫는데요. 전해질을 액체 상태에서 고체로 바꾸니 웬만한 충격에도 잘 버팁니다. 쉽게 변형되지 않고 누액 발생 확률도 낮으니까 화재 위험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단단한 고체 전해질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떡 하고 버텨주니 분리막이라는 존재가 따로 필요 없지요.

분리막이 사라진 공간만큼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한 음극 활물질(리튬 메탈, 고성능 실리콘 등)로 배터리를 채울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효율이 높아지니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자연스레 늘어나겠지요. 시중에 나와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보통 한번 완충하면 400~500㎞ 정도를 달리는데요. 지금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하면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800~1000㎞ 정도로 늘어납니다. 거의 2배나 되는 주행거리, 가히 ‘꿈의 배터리’라고 부를 만하지요. 충전속도도 빨라집니다. ‘빨리빨리’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만큼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 문화에서 이것만큼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가 또 있겠습니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비교해 같은 크기라면 이상과 같은 장점이 있겠고요.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향상된 에너지 밀도로 인해 지금보다 충전 속도와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므로 굳이 배터리 크기 확대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발달과 함께 앞으로 배터리 크기는 점점 작아지겠구나,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배터리의 경량화는 차체 중량 감소로 이어지겠지요. 그러면 공기 저항이 줄어 속도 향상에 도움을 줄 거고, 이로 인해 전비는 더 좋아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

■단점도 있다

꿈이라고 해서 늘 설레기만 한 건 아니지요. 황당한 개꿈도 있고,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악몽도 있으니까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한테도 단점은 있습니다. 충전 시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가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딥니다. 부드러운 액체 전해질보다 딱딱한 고체 전해질의 저항이 클 테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지요. 이는 출력 저하와 직결됩니다. 저항을 뚫고 충전과 방전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배터리 수명도 단축되겠지요. 이런 점까지 극복한 고체 전해질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액체 전해질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배터리 셀 제조 과정에서 내구성 테스트를 위한 엄청난 압력과 온도가 필요하므로 양산 설비 구축 과정에서 턱없이 비싼 가격이 소요된다는 점 또한 배터리업계가 넘어야 할 장애물입니다.

■뚜벅뚜벅 나아간다

제약 요인이 있다고 해서 여기서 주저앉을 인류가 아니지요. 역사가 그랬습니다. 난관을 뚫고 한 걸음씩 전진해 지금에 이르렀으니까요. 고체 전해질을 만드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업체들마다 고분자계 유기 고체 전해질인 폴리머(중합체)와 산화물계·황화물계를 비롯한 무기 고체 전해질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한 연구 개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중에서 황화물을 이용한 방식이 리튬이온 전도도(이동 속도)와 셀 성능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황화물계 전해질이 앞서 언급한 출력 저하와 같은 전고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로 꼽히는 배경입니다. 생산 및 준비 과정이 복잡해 여전히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중·일 삼국지가 시작됐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을 국내 배터리 3사는 조금씩 다르게 잡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2027년, SK온은 2029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입니다. 삼성SDI는 이미 시제품을 만들어 한정된 물량이긴 하지만 완성차 업계에 공급해 성능과 안전성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물적 분할 이후 계속해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국면을 맞아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형편이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전고체 배터리와 같은 초격차 기술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미국의 벤처기업인 솔리드파워와 협력해서 개발한 황화물계 고체 배터리를 전시한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 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글로벌 특허를 보유한 데다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늦은 목표 시점을 제시했다는 점이 눈에 띄죠. 그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서 제대로 된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실로 만만치 않고 실제 양산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중·일 삼국지를 펼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들도 좀 심하게 표현하면 자고 나면 일정표가 바뀝니다. 어느 순간 양산 목표 시점이 미뤄져 있는 등 들쭉날쭉합니다.

업체는 그렇다 치고, 이를 지원사격하는 정부의 개입 정도와 수위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전 시작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일본 업체들도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근래 들어 맹추격 양상입니다. 지난달 29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 보도를 보면, 중국 정부는 차세대 전기차의 핵심 분야인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을 독려하기 위해 업계 최대 규모인 약 60억위안(약 1조12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과 웰리온 등 배터리업체와 비야디(BYD), 디이자동차(FAW), 상하이자동차(SAIC), 지리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의 최소 7개 프로젝트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데요. 중국 자동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올해 2분기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 상황을 발표하면서 잇따라 양산 계획을 밝히는 등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는 배경에 이런 정부의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2027∼2028년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차량 출시 목표 시점으로 잡고 R&D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4월29일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의 항속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되는 ‘전고체 배터리’에 관한 특허 출원에서 파나소닉,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전체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닛산은 내년 3월 전고체 배터리 생산 라인을 시험 가동하고, 2028년에 대량 생산을 시작한다는 구상입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일본 기업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20% 회복을 목표로 총 54조5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지원을 위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중국 정부 지원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가뜩이나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의 R&D 비용이 국내 배터리 3사의 R&D 비용을 합한 금액보다 많다는 지적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까지 가세하면 R&D 비용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볼멘소리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나라 재정이라는 게 무슨 화수분도 아니고 분명 한계가 있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모든 움직이는 대상이 배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시대의 도래가 정해진 순서라면 지금부터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고 민관이 손을 맞잡고 성큼성큼 걸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37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 참가한 삼성SDI의 전시회 부스 조감도.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SD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