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문학이란 언어의 벽이 있는데 좋은 번역자, 좋은 편집자와 인연이 닿은 덕이지요.”
한국 작가 가운데 처음으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소설가 한강은 지난 18일 오후(현지시간) ‘2016 파리도서전’이 열린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을 찾아, 후보에 오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후보작 <채식주의자>는 어릴 때 육식과 관련된 트라우마로 채식하게 된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가 아닐까”라고 했다.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그는 자신의 문학관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꼽았다. 이 책도 외국에 번역돼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최근작이기도 하고 그 작품을 쓰면서 개인적으로 변화를 느껴 가장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제 소설이라는 느낌이 안 들어요. 소년, 그러니까 그분들이 써주고 전 제 삶의 시간과 감각을 빌려준 것이 아닐까 해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뤄 해외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광주가 고유명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굴을 바꿔서 돌아오는 보통명사”라며 “광주는 인간의 존엄성과 폭력성이 극단적으로 공존한 시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 속 소년이 엄마의 손을 끌고 밝은 쪽으로 가는 장면을 지목하며 “인간에 대한 의문이나 인간이 가진 폭력에서 느끼는 고통이 있는데 이걸 쓰면서 인간의 존엄한 면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강은 올 상반기 중 차기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시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산문 같기도 하다”는 이 작품은 이미 국내 출간 전 번역작업이 시작됐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가 이번에도 번역을 맡는다. 2014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4개월 가량을 보냈다는 그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이면서 도시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아가는’ 어떤 여자의 이야기인데 폴란드가 배경으로 등장한다”면서도 “아직 제목이 확정되지 않아 더 말을 못하겠다”며 수줍게 웃었다.
더 멀리는 지난해 발표한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을 늦어도 내년까지 3부작 장편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떠한 작품을 하든 “인간의 존엄을 좀 더 오래 들여다보는 글”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도 변주하고 저렇게도 변주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계속 글을 쓰는 것입니다. 전 늘 ‘내가 완성할 수 있을까’와 ‘완성하면 좋겠다’를 오가며 글을 쓰고 있어요. 저도 제가 어떤 작가인지 모르겠는데 더 쓰다 보면 알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