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는 권력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투쟁의 오랜 역사 위에 서 있습니다. 1948년 5·10 총선으로 선출된 200명의 제헌 의원들은 의원내각제 권력 구조를 채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제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절충 끝에 4년 임기 정·부통령을 국회가 뽑도록 했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가 탄생했습니다. 1950년 5·30 2대 총선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으면 승산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했습니다. 1954년에는 자신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개헌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자 허정 과도내각은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압도적 찬성으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장면 총리의 2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2년간의 군정을 거친 뒤 1963년 개헌에서 대통령제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1972년 유신 개헌에서는 총통제에 가까운 대통령제로 개헌했습니다.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았습니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부는 7년 단임 대통령 간선제로 개헌했습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습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에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했습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김종필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합의했지만 파기했습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디제이피(DJP) 연합을 해서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개헌하지 못했습니다. 의원내각제 개헌이 실패한 것은 국민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권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대개 4년 중임제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대통령들의 개헌 시도가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 자신이 ‘국정 동력 상실’을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 개헌을 추진하면 이번에는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상황 변화’를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에너지 자체가 급속히 소진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제도의 문제 뒤섞여
그런데 개헌 동력 소진과는 정반대로 개헌의 당위성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헌이 왜 필요할까요?
첫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집니다. 지방선거는 총선 중간에 4년마다 치러집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주기는 안정적입니다.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은 총선 및 지방선거 주기와 불규칙하게 엇갈리며 그 자체가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더구나 대통령 사퇴나 탄핵 사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불안정성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대통령 임기와 선거 주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말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궐위 시에 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치 양극화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 정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는 ‘사람의 문제’와 ‘제도의 문제’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은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까지 몽땅 ‘대통령 한 사람 탓’을 합니다.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불행한 것은 다 대통령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대통령 잘 뽑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여야가 상대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적대적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기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다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야당의 대선 주자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가히 내전 수준입니다. 개헌으로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개헌할 수 있을까요? 법률적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의한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사람만 합의하면 개헌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적극적, 윤석열 대통령 ‘글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이었습니다.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개헌이 이뤄지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표의 이러한 공약은 대선 패배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금도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회담할 때 개헌을 제의하려고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야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선을 2027년에 치르나 2026년에 치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법원의 재판이 끝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잘하면 4년 임기 대통령을 한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을 병행하며 탄핵과 개헌 카드로 윤 대통령을 계속 압박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대선 전부터 그랬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의에 대해 “개헌은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며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최근 나경원 의원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사건도 윤 대통령의 ‘불쾌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전향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2022년 8월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21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하며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면 내 임기를 1년 줄일 용의도 있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 발언은 참석자들이 비보도를 전제로 알려주는 바람에 당시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진심이 어느 쪽인지 궁금합니다.
남은 2년간 개혁 주력한다면
저는 윤 대통령이 개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로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국회가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야당 주도로 줄줄이 통과시킬 텐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으로 이를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의결 무기명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8명만 찬성표를 찍으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되고 윤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식물 대통령’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이 대표와 정치 회담을 통해 4년 중임제 개헌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국회에 맡기면 됩니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탄핵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개헌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국회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개헌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개헌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자료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2009년 자문위원회 의견, 2014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 2017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김진표 국회의장 시절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만든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모든 헌법 조문의 대안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 임명 절차 개선에 대한 의견은 국회의 복수추천제, 현행 유지, 국회의 단수추천제, 국무총리제 폐지 및 부통령제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연구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결단인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쫓아낸다고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도 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흐름을 바꾸는 계기는 마련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모든 정치적 환경이 개헌에 맞춰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개헌의 최적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정치는 권력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투쟁의 오랜 역사 위에 서 있습니다. 1948년 5·10 총선으로 선출된 200명의 제헌 의원들은 의원내각제 권력 구조를 채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제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절충 끝에 4년 임기 정·부통령을 국회가 뽑도록 했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가 탄생했습니다. 1950년 5·30 2대 총선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으면 승산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했습니다. 1954년에는 자신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개헌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자 허정 과도내각은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압도적 찬성으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장면 총리의 2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2년간의 군정을 거친 뒤 1963년 개헌에서 대통령제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1972년 유신 개헌에서는 총통제에 가까운 대통령제로 개헌했습니다.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았습니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부는 7년 단임 대통령 간선제로 개헌했습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습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에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했습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김종필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합의했지만 파기했습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디제이피(DJP) 연합을 해서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개헌하지 못했습니다. 의원내각제 개헌이 실패한 것은 국민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권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대개 4년 중임제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대통령들의 개헌 시도가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 자신이 ‘국정 동력 상실’을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 개헌을 추진하면 이번에는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상황 변화’를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에너지 자체가 급속히 소진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제도의 문제 뒤섞여
그런데 개헌 동력 소진과는 정반대로 개헌의 당위성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헌이 왜 필요할까요?
첫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집니다. 지방선거는 총선 중간에 4년마다 치러집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주기는 안정적입니다.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은 총선 및 지방선거 주기와 불규칙하게 엇갈리며 그 자체가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더구나 대통령 사퇴나 탄핵 사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불안정성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대통령 임기와 선거 주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말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궐위 시에 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치 양극화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 정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는 ‘사람의 문제’와 ‘제도의 문제’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은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까지 몽땅 ‘대통령 한 사람 탓’을 합니다.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불행한 것은 다 대통령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대통령 잘 뽑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여야가 상대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적대적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기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다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야당의 대선 주자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가히 내전 수준입니다. 개헌으로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개헌할 수 있을까요? 법률적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의한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사람만 합의하면 개헌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적극적, 윤석열 대통령 ‘글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이었습니다.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개헌이 이뤄지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표의 이러한 공약은 대선 패배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금도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회담할 때 개헌을 제의하려고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야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선을 2027년에 치르나 2026년에 치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법원의 재판이 끝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잘하면 4년 임기 대통령을 한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을 병행하며 탄핵과 개헌 카드로 윤 대통령을 계속 압박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대선 전부터 그랬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의에 대해 “개헌은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며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최근 나경원 의원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사건도 윤 대통령의 ‘불쾌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전향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2022년 8월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21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하며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면 내 임기를 1년 줄일 용의도 있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 발언은 참석자들이 비보도를 전제로 알려주는 바람에 당시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진심이 어느 쪽인지 궁금합니다.
남은 2년간 개혁 주력한다면
저는 윤 대통령이 개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로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국회가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야당 주도로 줄줄이 통과시킬 텐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으로 이를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의결 무기명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8명만 찬성표를 찍으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되고 윤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식물 대통령’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이 대표와 정치 회담을 통해 4년 중임제 개헌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국회에 맡기면 됩니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탄핵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개헌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국회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개헌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개헌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자료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2009년 자문위원회 의견, 2014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 2017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김진표 국회의장 시절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만든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모든 헌법 조문의 대안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 임명 절차 개선에 대한 의견은 국회의 복수추천제, 현행 유지, 국회의 단수추천제, 국무총리제 폐지 및 부통령제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연구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결단인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쫓아낸다고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도 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흐름을 바꾸는 계기는 마련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모든 정치적 환경이 개헌에 맞춰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개헌의 최적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정치는 권력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투쟁의 오랜 역사 위에 서 있습니다. 1948년 5·10 총선으로 선출된 200명의 제헌 의원들은 의원내각제 권력 구조를 채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제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절충 끝에 4년 임기 정·부통령을 국회가 뽑도록 했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가 탄생했습니다. 1950년 5·30 2대 총선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으면 승산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했습니다. 1954년에는 자신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개헌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자 허정 과도내각은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압도적 찬성으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장면 총리의 2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2년간의 군정을 거친 뒤 1963년 개헌에서 대통령제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1972년 유신 개헌에서는 총통제에 가까운 대통령제로 개헌했습니다.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았습니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부는 7년 단임 대통령 간선제로 개헌했습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습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에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했습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김종필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합의했지만 파기했습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디제이피(DJP) 연합을 해서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개헌하지 못했습니다. 의원내각제 개헌이 실패한 것은 국민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권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대개 4년 중임제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대통령들의 개헌 시도가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 자신이 ‘국정 동력 상실’을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 개헌을 추진하면 이번에는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상황 변화’를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에너지 자체가 급속히 소진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제도의 문제 뒤섞여
그런데 개헌 동력 소진과는 정반대로 개헌의 당위성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헌이 왜 필요할까요?
첫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집니다. 지방선거는 총선 중간에 4년마다 치러집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주기는 안정적입니다.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은 총선 및 지방선거 주기와 불규칙하게 엇갈리며 그 자체가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더구나 대통령 사퇴나 탄핵 사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불안정성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대통령 임기와 선거 주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말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궐위 시에 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치 양극화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 정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는 ‘사람의 문제’와 ‘제도의 문제’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은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까지 몽땅 ‘대통령 한 사람 탓’을 합니다.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불행한 것은 다 대통령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대통령 잘 뽑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여야가 상대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적대적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기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다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야당의 대선 주자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가히 내전 수준입니다. 개헌으로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개헌할 수 있을까요? 법률적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의한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사람만 합의하면 개헌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적극적, 윤석열 대통령 ‘글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이었습니다.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개헌이 이뤄지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표의 이러한 공약은 대선 패배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금도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회담할 때 개헌을 제의하려고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야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선을 2027년에 치르나 2026년에 치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법원의 재판이 끝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잘하면 4년 임기 대통령을 한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을 병행하며 탄핵과 개헌 카드로 윤 대통령을 계속 압박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대선 전부터 그랬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의에 대해 “개헌은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며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최근 나경원 의원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사건도 윤 대통령의 ‘불쾌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전향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2022년 8월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21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하며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면 내 임기를 1년 줄일 용의도 있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 발언은 참석자들이 비보도를 전제로 알려주는 바람에 당시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진심이 어느 쪽인지 궁금합니다.
남은 2년간 개혁 주력한다면
저는 윤 대통령이 개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로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국회가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야당 주도로 줄줄이 통과시킬 텐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으로 이를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의결 무기명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8명만 찬성표를 찍으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되고 윤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식물 대통령’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이 대표와 정치 회담을 통해 4년 중임제 개헌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국회에 맡기면 됩니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탄핵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개헌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국회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개헌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개헌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자료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2009년 자문위원회 의견, 2014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 2017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김진표 국회의장 시절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만든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모든 헌법 조문의 대안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 임명 절차 개선에 대한 의견은 국회의 복수추천제, 현행 유지, 국회의 단수추천제, 국무총리제 폐지 및 부통령제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연구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결단인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쫓아낸다고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도 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흐름을 바꾸는 계기는 마련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모든 정치적 환경이 개헌에 맞춰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개헌의 최적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정치는 권력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투쟁의 오랜 역사 위에 서 있습니다. 1948년 5·10 총선으로 선출된 200명의 제헌 의원들은 의원내각제 권력 구조를 채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제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절충 끝에 4년 임기 정·부통령을 국회가 뽑도록 했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가 탄생했습니다. 1950년 5·30 2대 총선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으면 승산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했습니다. 1954년에는 자신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개헌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자 허정 과도내각은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압도적 찬성으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장면 총리의 2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2년간의 군정을 거친 뒤 1963년 개헌에서 대통령제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1972년 유신 개헌에서는 총통제에 가까운 대통령제로 개헌했습니다.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았습니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부는 7년 단임 대통령 간선제로 개헌했습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습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에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했습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김종필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합의했지만 파기했습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디제이피(DJP) 연합을 해서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개헌하지 못했습니다. 의원내각제 개헌이 실패한 것은 국민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권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대개 4년 중임제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대통령들의 개헌 시도가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 자신이 ‘국정 동력 상실’을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 개헌을 추진하면 이번에는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상황 변화’를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에너지 자체가 급속히 소진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제도의 문제 뒤섞여
그런데 개헌 동력 소진과는 정반대로 개헌의 당위성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헌이 왜 필요할까요?
첫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집니다. 지방선거는 총선 중간에 4년마다 치러집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주기는 안정적입니다.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은 총선 및 지방선거 주기와 불규칙하게 엇갈리며 그 자체가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더구나 대통령 사퇴나 탄핵 사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불안정성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대통령 임기와 선거 주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말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궐위 시에 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치 양극화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 정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는 ‘사람의 문제’와 ‘제도의 문제’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은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까지 몽땅 ‘대통령 한 사람 탓’을 합니다.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불행한 것은 다 대통령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대통령 잘 뽑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여야가 상대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적대적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기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다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야당의 대선 주자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가히 내전 수준입니다. 개헌으로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개헌할 수 있을까요? 법률적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의한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사람만 합의하면 개헌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적극적, 윤석열 대통령 ‘글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이었습니다.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개헌이 이뤄지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표의 이러한 공약은 대선 패배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금도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회담할 때 개헌을 제의하려고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야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선을 2027년에 치르나 2026년에 치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법원의 재판이 끝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잘하면 4년 임기 대통령을 한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을 병행하며 탄핵과 개헌 카드로 윤 대통령을 계속 압박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대선 전부터 그랬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의에 대해 “개헌은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며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최근 나경원 의원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사건도 윤 대통령의 ‘불쾌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전향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2022년 8월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21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하며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면 내 임기를 1년 줄일 용의도 있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 발언은 참석자들이 비보도를 전제로 알려주는 바람에 당시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진심이 어느 쪽인지 궁금합니다.
남은 2년간 개혁 주력한다면
저는 윤 대통령이 개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로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국회가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야당 주도로 줄줄이 통과시킬 텐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으로 이를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의결 무기명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8명만 찬성표를 찍으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되고 윤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식물 대통령’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이 대표와 정치 회담을 통해 4년 중임제 개헌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국회에 맡기면 됩니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탄핵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개헌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국회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개헌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개헌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자료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2009년 자문위원회 의견, 2014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 2017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김진표 국회의장 시절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만든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모든 헌법 조문의 대안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 임명 절차 개선에 대한 의견은 국회의 복수추천제, 현행 유지, 국회의 단수추천제, 국무총리제 폐지 및 부통령제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연구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결단인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쫓아낸다고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도 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흐름을 바꾸는 계기는 마련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모든 정치적 환경이 개헌에 맞춰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개헌의 최적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정치는 권력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투쟁의 오랜 역사 위에 서 있습니다. 1948년 5·10 총선으로 선출된 200명의 제헌 의원들은 의원내각제 권력 구조를 채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제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절충 끝에 4년 임기 정·부통령을 국회가 뽑도록 했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가 탄생했습니다. 1950년 5·30 2대 총선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으면 승산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했습니다. 1954년에는 자신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개헌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자 허정 과도내각은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압도적 찬성으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장면 총리의 2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2년간의 군정을 거친 뒤 1963년 개헌에서 대통령제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1972년 유신 개헌에서는 총통제에 가까운 대통령제로 개헌했습니다.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았습니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부는 7년 단임 대통령 간선제로 개헌했습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습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에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했습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김종필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합의했지만 파기했습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디제이피(DJP) 연합을 해서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개헌하지 못했습니다. 의원내각제 개헌이 실패한 것은 국민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권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대개 4년 중임제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대통령들의 개헌 시도가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 자신이 ‘국정 동력 상실’을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 개헌을 추진하면 이번에는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상황 변화’를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에너지 자체가 급속히 소진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제도의 문제 뒤섞여
그런데 개헌 동력 소진과는 정반대로 개헌의 당위성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헌이 왜 필요할까요?
첫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집니다. 지방선거는 총선 중간에 4년마다 치러집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주기는 안정적입니다.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은 총선 및 지방선거 주기와 불규칙하게 엇갈리며 그 자체가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더구나 대통령 사퇴나 탄핵 사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불안정성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대통령 임기와 선거 주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말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궐위 시에 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치 양극화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 정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는 ‘사람의 문제’와 ‘제도의 문제’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은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까지 몽땅 ‘대통령 한 사람 탓’을 합니다.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불행한 것은 다 대통령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대통령 잘 뽑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여야가 상대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적대적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기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다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야당의 대선 주자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가히 내전 수준입니다. 개헌으로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개헌할 수 있을까요? 법률적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의한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사람만 합의하면 개헌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적극적, 윤석열 대통령 ‘글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이었습니다.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개헌이 이뤄지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표의 이러한 공약은 대선 패배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금도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회담할 때 개헌을 제의하려고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야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선을 2027년에 치르나 2026년에 치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법원의 재판이 끝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잘하면 4년 임기 대통령을 한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을 병행하며 탄핵과 개헌 카드로 윤 대통령을 계속 압박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대선 전부터 그랬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의에 대해 “개헌은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며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최근 나경원 의원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사건도 윤 대통령의 ‘불쾌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전향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2022년 8월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21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하며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면 내 임기를 1년 줄일 용의도 있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 발언은 참석자들이 비보도를 전제로 알려주는 바람에 당시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진심이 어느 쪽인지 궁금합니다.
남은 2년간 개혁 주력한다면
저는 윤 대통령이 개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로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국회가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야당 주도로 줄줄이 통과시킬 텐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으로 이를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의결 무기명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8명만 찬성표를 찍으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되고 윤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식물 대통령’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이 대표와 정치 회담을 통해 4년 중임제 개헌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국회에 맡기면 됩니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탄핵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개헌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국회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개헌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개헌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자료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2009년 자문위원회 의견, 2014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 2017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김진표 국회의장 시절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만든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모든 헌법 조문의 대안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 임명 절차 개선에 대한 의견은 국회의 복수추천제, 현행 유지, 국회의 단수추천제, 국무총리제 폐지 및 부통령제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연구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결단인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쫓아낸다고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도 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흐름을 바꾸는 계기는 마련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모든 정치적 환경이 개헌에 맞춰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개헌의 최적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정치는 권력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투쟁의 오랜 역사 위에 서 있습니다. 1948년 5·10 총선으로 선출된 200명의 제헌 의원들은 의원내각제 권력 구조를 채택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국회의장이 대통령제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갈등이 벌어졌습니다.
절충 끝에 4년 임기 정·부통령을 국회가 뽑도록 했습니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 이시영 부통령, 이범석 국무총리가 탄생했습니다. 1950년 5·30 2대 총선에서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대거 낙선했습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으면 승산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이승만 대통령이 1952년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했습니다. 1954년에는 자신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개헌했습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가 무너지자 허정 과도내각은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압도적 찬성으로 개헌이 이뤄졌습니다. 장면 총리의 2공화국이 출범했습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부는 2년간의 군정을 거친 뒤 1963년 개헌에서 대통령제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1972년 유신 개헌에서는 총통제에 가까운 대통령제로 개헌했습니다. 대통령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았습니다.
1980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부는 7년 단임 대통령 간선제로 개헌했습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됐습니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에도 거의 모든 대통령이 개헌을 시도했습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김종필 총재는 3당 합당을 하면서 내각제 개헌을 합의했지만 파기했습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총재는 내각제 개헌을 조건으로 디제이피(DJP) 연합을 해서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개헌하지 못했습니다. 의원내각제 개헌이 실패한 것은 국민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한 우리 국민은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권리를 포기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대개 4년 중임제를 제안했습니다. 최근 대통령들의 개헌 시도가 실패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 자신이 ‘국정 동력 상실’을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고, 대통령 임기 말에 개헌을 추진하면 이번에는 차기 대선 유력 주자가 ‘상황 변화’를 우려해서 개헌에 반대하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에너지 자체가 급속히 소진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람과 제도의 문제 뒤섞여
그런데 개헌 동력 소진과는 정반대로 개헌의 당위성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개헌이 왜 필요할까요?
첫째,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총선은 4년마다 치러집니다. 지방선거는 총선 중간에 4년마다 치러집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주기는 안정적입니다.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은 총선 및 지방선거 주기와 불규칙하게 엇갈리며 그 자체가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더구나 대통령 사퇴나 탄핵 사태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불안정성은 극대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대통령 임기와 선거 주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말입니다. 미국은 대통령 궐위 시에 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정치 양극화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 정치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는 ‘사람의 문제’와 ‘제도의 문제’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유권자들은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까지 몽땅 ‘대통령 한 사람 탓’을 합니다.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불행한 것은 다 대통령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대통령 잘 뽑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여야가 상대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적대적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기기 때문입니다. 야당은 다음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현직 대통령을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다음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야당의 대선 주자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가히 내전 수준입니다. 개헌으로 대통령제와 정치 양극화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개헌할 수 있을까요? 법률적 요건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 의한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형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사람만 합의하면 개헌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적극적, 윤석열 대통령 ‘글쎄…’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는 개헌에 적극적이었습니다. 4년 중임제 도입을 공약했습니다. 여야 합의로 개헌이 이뤄지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고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추천권 등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표의 이러한 공약은 대선 패배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금도 4년 중임제를 비롯한 개헌에 대해 전향적인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29일 윤 대통령과 회담할 때 개헌을 제의하려고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야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 입지를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선을 2027년에 치르나 2026년에 치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법원의 재판이 끝나기 전에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잘하면 4년 임기 대통령을 한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원내 투쟁과 장외 투쟁을 병행하며 탄핵과 개헌 카드로 윤 대통령을 계속 압박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대체로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대선 전부터 그랬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표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의에 대해 “개헌은 국민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신중히 판단할 문제”라며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 임기가 5년에서 8년으로 늘어날 수 있는데 국민이 어떻게 판단하실지 모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반대했습니다. 최근 나경원 의원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사건도 윤 대통령의 ‘불쾌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개헌 문제를 전향적으로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2022년 8월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21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하며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면 내 임기를 1년 줄일 용의도 있다”고 말한 일이 있습니다. 이 발언은 참석자들이 비보도를 전제로 알려주는 바람에 당시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진심이 어느 쪽인지 궁금합니다.
남은 2년간 개혁 주력한다면
저는 윤 대통령이 개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로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된 상태입니다. 앞으로 국회가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야당 주도로 줄줄이 통과시킬 텐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만으로 이를 방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재의결 무기명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8명만 찬성표를 찍으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되고 윤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식물 대통령’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자신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이 대표와 정치 회담을 통해 4년 중임제 개헌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협상은 국회에 맡기면 됩니다. 그 대신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노동·교육·연금 개혁에 주력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탄핵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개헌한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까요? 국회 논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개헌특별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개헌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자료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2009년 자문위원회 의견, 2014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 2017년 자문위원회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했던 헌법 개정안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김진표 국회의장 시절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만든 조문 시안이 있습니다. 모든 헌법 조문의 대안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무총리 임명 절차 개선에 대한 의견은 국회의 복수추천제, 현행 유지, 국회의 단수추천제, 국무총리제 폐지 및 부통령제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헌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연구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결단인 것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 한 사람 쫓아낸다고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지 않습니다. 제도 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도록 흐름을 바꾸는 계기는 마련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여소야대 정치 지형,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추락,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모든 정치적 환경이 개헌에 맞춰져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개헌의 최적기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