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화 나도 멱살도 못잡겠네.”
1일 열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일대일 공식 회담. 두 대표의 머리발언이 끝나고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이 대표는 두 당 대표가 마주 앉을 테이블 간격이 너무 넓다며 이렇게 말했다. 회담장 안에선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넓은 테이블 거리 만큼이나 두 대표 생각의 거리도 멀었던 걸까.
예정된 시간을 30분 가량 넘겨 120분 만에 끝난 첫 회담에서, 두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과 ‘금융투자세 폐지(유예)’ 문제 등 주요 쟁점 이슈에서 명확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두 대표의 첫 회담은 시작부터 ‘뼈 있는 말의 전쟁’으로 시작됐다. 두 손을 맞잡은 채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섰던 두 대표는 각자 마이크(머리발언)를 잡는 순간 ‘의-정 갈등’ 해소 문제에서부터 ‘금융투자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이견을 쏟아냈다.
한 대표가 마이크를 잡은 시간은 13분, 이 대표는 19분으로, 두 사람 모두 공개된 현장에서 하기로 한 약속된 10분 발언 시간을 넘겼다.
두 대표는 32분간 쏟아낸 머리발언에서 각종 의제를 제시하며 상대방을 향한 반격과 공격의 ‘날’을 실었다. 한 대표가 정치개혁을 위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수사나 기소에 관여한 검사들을 상대로 시리즈로 해 온 민주당의 탄핵은, 곧 예정된 이 대표에 대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곧 나올 재판 결과들에 대해 국민의힘은 설령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이나 공격을 자제하겠다”며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으실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말을 듣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고, 하던 메모를 멈추고 숨을 들이쉬기도 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 이야기도 중요하나, 상응하는 대통령 소추권에 대해서도 같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 말을 하며 “(정부가)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걸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 의원을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계엄’ 관련 발언은, 지난달 21일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의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두고 ‘탄핵 대비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발언한 것의 연장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피식’ 웃었지만, 생중계로 회담을 지켜보던 대통령실 쪽에선 “상식적이지 않은 거짓 정치 공세”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있지도 않고, 정부가 하지도 않을 계엄령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국회 (의석분포) 구조를 보면 계엄령을 선포하더라도 바로 해제될 게 뻔하고 엄청난 비난과 역풍이 일 텐데 왜 하겠는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