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자 가방 속 숨긴 금괴 들통
고액 체납자 710명, 총 1조 체납
국세청, 압류·수색 등 전방위 조사 돌입
국세청이 한 체납자의 등산배낭을 열자, 수백돈에 달하는 금괴와 현금 다발이 쏟아져 나왔다. 취미용 배낭이 아니라 ‘움직이는 금고’였던 것이다.
이 사례는 수많은 체납자 중 한 명에 불과할 뿐, 과세당국은 현재 1조 원 넘는 세금을 체납하고도 호화생활을 이어가는 고액 상습 체납자 710명을 정밀 조사 중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체납자들의 수법은 상상 이상이다. 위장이혼을 통해 재산을 배우자에게 넘기거나, 차명계좌·명의신탁 부동산·대여금고를 활용해 자산을 숨긴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어떤 체납자는 종교단체에 고액 기부를 하거나, 가족에게 주식을 넘겨 징수를 회피했다. 실제로 한 체납자는 이혼 직후 다른 아파트를 배우자 명의로 이전했고, 부부는 계속 함께 거주하며 금융거래도 이어갔다.
또 다른 법인은 배당 가능 이익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주주에게 자산을 나눈 후 회사 자체를 청산해 버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했다.
국세청이 추적한 체납자 중 상당수는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재산을 숨기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왔다.
도박장 인근 호텔에 묵으며 현금을 인출하거나 명품 브랜드에서 고가 가방을 구입하고 고급 아파트에 위장 전입하는 식이다.
70대 체납자는 VIP 고객용 대여금고에 금괴와 수표를 숨겼고, 또 다른 체납자는 신문지로 위장한 수표 다발을 쓰레기로 덮어 숨겼다.
국세청은 이런 은닉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 지난해에만 2,064건의 현장수색과 1,084건의 민사소송을 벌였고, 423명을 범칙 처분했다. 그 결과 2조 8천억 원의 현금 및 채권을 확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체납세금 100조 원을 징수하겠다고 밝히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에도 고액 체납자에 대한 수색과 징수로 실제 성과를 낸 바 있다.
현 정부는 국세청의 재산 추적 전담 조직을 전국 73개 세무서로 확대하고, 은닉 재산 신고 포상금 상한은 20억 원으로 책정했다.
국세청의 단속 방식도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체납 유형별 은닉 수법을 분석하고, 가상자산 압류나 국제 공조 등 디지털 기반 징수 방식도 함께 도입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실제로 53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압류한 사례가 있다.
이 대통령은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조치는 재정 확보뿐만 아니라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